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채식주의자’는 식당에서 까다로운 손님으로 통하거나, 유난스러운 식습관을 가진 소수로 치부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의 식탁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채식은 이제 단순한 식단 선택을 넘어, 환경을 보호하고 개인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의 상징이자,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지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채식 열풍의 배경과 산업계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1. “MZ세대부터 시니어까지”…채식 인구 300만 시대
한국채식연합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26년 기준 3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10년 전보다 10배 이상 급증한 수치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채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MZ세대는 채식을 일종의 ‘힙한’ 문화이자 자기 관리의 정점으로 인식합니다. 인스타그램에는 #비건맛집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과 함께 #비건식단 해시태그가 매일 수만 건씩 올라옵니다. 한편, 시니어 층에서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건강 식단으로서 채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전 연령층이 각기 다른 이유로 고기 없는 삶에 동참하고 있는 셈입니다.
2. 가치 소비의 확산: “나의 한 끼가 지구를 살린다”
채식 열풍의 가장 큰 동력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입니다.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며, 이는 모든 교통수단(자동차, 비행기 등)의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대학생 이민주(24) 씨는 “여름철 이상 고온과 폭우를 겪으며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주 3회 채식을 시작했다”며 “내가 먹는 고기 한 점을 줄임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이고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가치 중심적 소비 태도는 기업들이 ‘비건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3. 식품업계의 지각변동: “진짜 고기보다 더 고기 같은 대체육”
이제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 비건 인증 마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식품 대기업들은 독자적인 대체육 브랜드를 론칭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습니다. 콩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1세대 대체육을 넘어, 이제는 버섯 균사체나 해조류를 활용한 2세대 대체육, 그리고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 기술까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주요 햄버거 브랜드는 식물성 패티를 넣은 버거를 정식 메뉴로 채택했으며, 커피 전문점들은 우유 대신 오트(귀리)나 아몬드 밀크 옵션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기 대신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어서 찾아 먹는’ 프리미엄 메뉴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4. 채식 산업의 명암: 비싼 가격과 영양 불균형 우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과제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높은 ‘가격’입니다. 대체육 제품이나 비건 식당의 메뉴 가격은 일반 육류 제품보다 20~30%가량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대량 생산 체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고, 특수 원료 수입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영양학적 우려도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채식이 단백질, 비타민 B12, 철분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대한영양사협회 관계자는 “채식을 하더라도 콩, 두부, 견과류 등을 통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영양 균형을 맞추는 식단 설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5. 미래 전망: 채식은 일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채식 시장이 향후 10년 내에 전체 식품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탄소 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급식 내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조례를 확대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ESG 경영의 핵심 지표로 채식 친화적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결국 채식은 누군가의 특별한 취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그리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를 지키기 위해 선택해야 할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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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유승환 pilavibe5996@gmail.com